Jang minseung : Polaris

2026. 3. 7 - 4. 30

Jang minseung : Polaris


장민승 : 북극성

갤러리 508은 장민승 개인전 <북극성 Polari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라산 설원을 배경으로 한 신작 ‘북극성’ 시리즈를 중심으로,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장소성과 기록의 문제를 사진 매체로 집약해 선보이는 자리다. 16년 만에 오직 사진 작업에 집중해 발표되는 이번 개인전은 자연의 극한 환경 속에서 체험한 감각과 시간의 층위를 통해 보이지 않는 풍경의 본질을 사유한다. 아래 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작성된 비평 텍스트 전문이다.

현대미술가 장민승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장소의 점유가 아닌 장소의 응시에 있다. 2010년 이후 약 16년 만에 오직 사진 매체에 집중하여 펼쳐지는 이번 개인전은 그간 영상과 사운드, 설치라는 다감각적 장치를 통해 서사를 구축해온 작가가 자신의 시각적 기원으로 회귀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이번 전시는 그가 작업에서 천착한 기후 위기, 한국 현대사의 비극, 그리고 자연이라는 거대 서사를 사진이라는 정지된 프레임 속에 집대성한 기록이다. 장민승에게 사진은 단순히 빛을 기록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건이 휘발된 장소에 남겨 보이지 않는 층위를 들춰내는 발굴의 과정이다. 그는 철저히 ‘수행적 걷기’라는 방법론을 고수하며 사진이 지닌 인덱스적 본질 그곳에 그것이 있었다는 증명을 넘어선 풍경의 이면을 추적한다.


이번 사진전의 중심축을 이루는 신작 <북극성> 시리즈는 한라산의 설산을 배경으로 한다. 북극성(Polaris)은 수천 년간 항해자와 조난자들이 가장 어두운 밤에도 방향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온 별이다. 나침반보다 정확하게 정북을 가리키는 이 길라잡이 별은 오랜 옛날부터 인도와 희망, 불변의 이상을 상징해왔다. 그러나 장민승이 마주한 한라산의 겨울은 그 별조차 보이지 않는 세계다. 강한 눈보라와 안개, 쌓인 눈이 뒤섞여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지는 화이트아웃(whiteout, 백시현상)은 시각과 평형감각을 동시에 마비시키며 등반가를 거대한 하얀 공간에 가둔다. 길라잡이 별이 지워진 자리에서 작가는 역설적으로 가장 투명한 응시의 순간을 길어 올린다. 전시장에 '설경의 정원'처럼 배열된 눈 덮인 화산석들은 그 백색의 고립 속에서 건져 올린 형상들이다. 압도적인 숭고미를 자아내는 동시에 여전히 규명되지 못한 채 서성이는 역사의 서사를 기억하는 비석으로 기능한다.


또 다른 시리즈는 설산의 정상에서 시작된 작가의 시선이 지평선과 수평선으로 내려간다. <수취인불명>, <풍랑주의보>, <오버데어 썸웨어 에브리웨어>은 작가의 시선이 거시적 자연에서 미시적 물질로, 다시 광활한 시공간의 스펙트럼으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인다. 해변 모래 사이에 박힌 유리 조각을 포착한 <수취인불명>은 인공물이 자연의 물리적 작용으로 본래의 날카로움을 잃고 마모된 모습을 담았다. 작가는 완성된 형태보다 그 형태를 빚어낸 시간의 풍화에 집중한다. 이는 수취인을 잃어버린 채 파도에 몸을 맡긴 익명의 존재들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간 개인들에 대한 은유다. 이와 함께 〈풍랑주의보〉는 2022년 풍랑경보가 내려진 강릉 바다 앞에 발이 묶인 채 해변을 떠나지 못했던 시간으로부터 비롯된 작업이다. 바다는 닫혀 배가 결항되면서 고립의 상황 속에서 작가가 마주한 무력감과 두려움을 사진이라는 평면 위에 드러낸다. 밤바다를 포착한 대형 인화 작업은 웅장한 파도와 부서지는 백색 거품의 대비를 통해 숭고를 현현한다. 이어 <오버데어 썸웨어 에브리웨어(over there somewhere everywhere)>에 로케이션에서 채집된 밤바다의 기록들은 ‘저기 저 어기’라는 장소의 모호성을 통해 보편적인 상실감을 건드린
다. 작가는 특정 지명을 지우고 시간의 연속성만을 남김으로써 관객을 시각적 추상의 단계이자 명상의 순간으로 이끈다.


이번 사진전은 장민승의 수행적 프로젝트를 하나로 묶는 기록의 집합체다. 작가는 거대한 한국 현대사나 장엄한 자연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업을 전개하지만 전시장 마주하는 결과물은 지극히 고요하다. 사진은 기록적 사실성과 지각적 추상 사이에서 치밀한 연결을 이루며 과거의 비극이나 기후 위기를 직접적으로 폭로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사건들이 스며든 풍경의 표면을 명료하게 제시함으로써 관객 스스로가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한다. 장민승이 구상한 이 시각적 사원에서 관객은 비로소 자연의 연대기 속에 편입된 인간사의 단면을 마주하게 된다.


결국 장민승이 선보이는 사진들은 그의 복기대로 "생명이 깃든 만물은 이 세상에 아주 잠깐 머물다 갈 뿐"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 작가는 오랜 시간 산과 바다를 오가며 얻은 영감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추모의 장소를 사진 언어로 치환해낸다. 화려한 수사나 감정의 과잉 없이 오직 빛과 어둠, 그리고 억겁의 시간이 빚어낸 풍경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을 응시하게 된다. 백시(白視)의 고립과 풍랑의 위협 속에서 길어 올린 이 적막한 상들은 이미지의 과잉 시대를 통과하는 관객에게 본질을 마주하는 지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장민승의 카메라는 이제 단순한 기록을 넘어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의 내면을 어루만지는 고요한 수행의 증거로 남는다.


전시 서문
글: 최주원

Jang Minseung

북극성 Polaris # 6676, 2026

140 x 76 cm 

Archival Pigment on Hanji






Jang Minseung

북극성 Polaris # 6701, 2026

140 x 76 cm

Archival Pigment on Hanji

Jang Minseung

풍랑주의보 Listen, 2026

200 x 140 cm

Archival Pigment on Hanji

Jang Minseung

수취인불명 Address Unknown <96692>, 2023

60 x 76 cm

Archival Pigment print